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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쳐- 예제:[우리산하를 다시 걷다] 제3부-4. 허초희·허균과 경포대 신선도 경관
  2006-10-09 22:21:01 댓글:(0)   조회:362



[우리산하를 다시 걷다] 제3부-4. 허초희·허균과 경포대 신선도 경관
입력: 2006년 04월 23일 17:13:51

허난설헌 생가 강릉시 초담동 허난설헌 생가의 안채. ‘내당마님’ 이 거처했을 안채의 툇마루에는 허난설헌 시편들을 액자에 넣어 진열해놓고 있다. ‘난이 흰눈처럼 피어있는 처마 꽃밭’ 이라는 의미의 ‘난설헌’ 이라는 호에 걸맞게 보이는 한옥이다.

조선 성리학은 중국 송나라 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창발성을 발휘한다. 이 성리학의 ‘이·기 논변’은 우파·좌파의 이념논쟁에 비견할 수 있다. 이황의 주리론 대계(大系)는 이성적인 것의 ‘절대가치’를 확인코자 한다. 서경덕의 기일원론 체계는 우주만물의 ‘운동의 원칙’을 주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선 사대부 문화와 사회가 새롭게 자리를 잡게 된다. 서경덕의 수제자로 박순과 허엽이 배출되지만 활발한 논변을 펼쳤던 기대승, 이이, 김장생에 비하여 학문적 업적은 미미한 쪽이다. 그런데 동인 당파의 영수 허엽의 여러 자녀 중에서 사상과 학문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문제아’들이 출현하고 있다.

전실부인으로부터 큰아들 허성과 두 딸, 그리고 재취부인으로부터 허봉·허초희·허균이 태어난다. 오늘의 강릉시는 아버지 허엽을 포함시켜 ‘허씨 5문장 선양사업’을 일으키고 있다. 초당동 일대에 시비(詩碑)들을 세우고 있는데, 다만 분산돼 있어 찾아다니기가 만만치 않다.

허엽은 서울 건천동(오늘의 오장동)에 자택 마련이 있었지만 이와는 별도로 강릉 경포대 남쪽 마을에 초당을 지어 별업(別業)을 장만하였다. 허엽의 재취부인 강릉 김씨는 경포대 북쪽의 바닷가 마을 사천진(沙川津)이 고향이었다.

관동8경의 하나인 ‘경포대’는 한국 신선도의 조경을 보여준다. 곧 예맥-고구려-신라의 풍류도 수련 명승지로 꼽히던 곳이다. 경포대와 그 남쪽의 초당마을 그리고 북쪽의 사천마을을 아우르는 ‘관동 경관’을 새롭게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 중기 문한(文翰) 명망가 자녀들의 성장과정에서 이 일대의 신선도 경관이 운명적인 역할과 작용을 하였음을 살피게 되기 때문이다.

#유배 나온 천상선녀 허초희, 용이 되려는 이무기 허균

백두대간은 대관령을 올려 세우며 남쪽으로 치닫지만 바다 쪽으로 뻗어 내리는 지맥과 하천들도 있어 이런 환경에서 석호(潟湖)가 이루어지니 경포호다. 그리고 그 북쪽으로 사천 시내와 함께 구불구불 뻗지른 산줄기도 있으니 이무기 산, 교산(蛟山)이다.

교산의 구릉과 사천의 시내가 나란히 바다로 들어가며 백사장을 만나는데 거기에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놓여 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어린애 엉덩짝처럼 생겼다. 이를 ‘교문암(蛟門岩)’이라 부르는데 여기에 전설이 있다. 이 바위 속에 웅크려 있던 교룡, 또는 이무기가 마침내 여의주를 물어 하늘로 승천하여 용이 되면서 남긴 자국이라 한다. 다른 전설로는 사천에 숨어 있던 이무기가 용비(龍飛)하려는 찰나, 그만 꼬리가 교문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에 용틀임을 하면서 바위를 한껏 때리매 가운데가 짝 갈라져 어린애 엉덩짝 형상이 되어버렸다고도 한다.

누나인 허초희와 아우인 허균은 여섯 살 터울인데 어찌된 연고인가. 누나는 천상선녀가 지상으로 유배당해 내려온 것이 그 자신이라는 판타지를 어려서부터 갖는다. 아우는 교산과 사천에 엎드려 있는 이무기가 그 자신이라는 판타지를 ‘출생전설’로 갖는다. 천상선녀임에 틀림없다고 믿는 누이는 지상세계의 속되고 남루한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다. 공주병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선녀는 이미 일곱 나이일 적에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을 짓는다. 세상 사람들이 움찔 놀라는데 정녕코 선녀 아니라면 이런 시를 지을 수 없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아우는 자기 호를 ‘교산’이라 짓는다. 장차 때를 만나면 ‘용비 승천’해야 하는 운명과 역할을 타고났다고 믿는 까닭이다.

이미 조선사회는 망조가 들기 시작하여 변혁의 ‘혁(革)’이 필요하다. 유배지의 선녀는 지상에서 고통만 받게 하는 결혼생활에는 방심할 밖에 없다. ‘신선시’ 쓰는 일에만 몰두한다. 몽룡(夢龍)의 남동생은 ‘도교변혁사상’을 마음속으로부터 싹틔우고 있다.

당쟁은 이미 고질병이 되어가고 임진왜란의 참담 속에서 피란에 나섰던 그는 스물두 살짜리 아내와 갓 낳은 아들을 함께 잃는 고통도 겪는다. 함경도 단천에서 배를 타고 간신히 사천으로 되돌아온 후 방황도 한다. 정통유학의 가풍을 계승해야 함에도 오불관언이다. ‘사대부 양반 보안법’에 저촉되는 짓을 되풀이한다. 불교에 심취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태평천국’의 평등세상을 지상에 재현시키려 하는 도사들이거나 ‘불평불만분자’들과 어울린다. ‘홍길동전’과 ‘호민론’을 짓고 쓴다. 양상군자(도둑)들이 경복궁 경회루를 제 집처럼 드나드는 무엄한 이야기를 ‘장생전’ 속에서 태연히 묘사한다.

강릉해변 교문암 강릉 사천진 항구의 교문암(蛟門岩). ‘교룡 문 바위’ 라는 이 바위로부터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였다 한다. 허균은 용이 되어야 하는 이무기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스스로 믿어 호를 ‘교산(蛟山)’ 이라 짓는데, 태평천국의 평등세상을 구현하려는 ‘도교변혁사상’ 을 펼쳐 보였다.

#사라져버린 애일당(愛日堂), 방치해놓은 교문암

1985년에 문화재자료 59호로 지정된 ‘허균·허난설헌 생가’는 초당동의 명소가 되어 있다. 그런데 엄격히 따지면 이 한옥은 ‘초당’이 아니기 때문에 후일 생가 터에 세워놓은 기와집이라 할 것이다. 솟을대문과 행랑채·사랑채·안채를 미음(ㅁ) 형태로 들여앉힌 이른바 ‘뙈쇄집’이라 부르는 북방식 한옥이다. 내당에 해당하는 안채는 팔작지붕에 정면 5칸, 측면 2칸의 겹집으로 되어 있는데 툇마루에 ‘허난설헌 시편’들을 액자에 넣어 진열해놓고 있다.

‘애일당’을 태양의 집이란 뜻으로 해석해서는 아니 된다. ‘애일(愛日)’은 햇빛이 자꾸 그리워지는 만년의 노인을 점잖게 지칭하는 단어다. 그런데 허균의 외할아버지 김광철이 거처했던 곳이고 그가 태어난 생가이기도 하다는 사천진 하평마을의 ‘애일당’ 고가가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리고 엉뚱한 가옥이 들어서 있다. 뿐인가 83년에 뜻있는 문인들이 ‘전국시비건립동호회’를 결성하면서 가장 먼저 건립시킨 것 중의 하나인 애일당 뒤쪽 동산의 ‘허균 시비’마저 허전하게 죽림과 송림 사이에 묻혀 잊혀지고 있다. 교산 일대는 지금 다만 부동산 가치만 앞세우는 사유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 일대를 취득한 지주가 ‘시비’를 철거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비가 일고 있다니 어찌된 영문인가.

80년대에 ‘교문암’을 찾았을 적인데 군부대 영내에 있는 이 바위의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강릉 시내의 본대로 찾아가 ‘출입허가증’을 받고서야 출입을 해볼 수 있었다. 오늘에도 ‘교문암’은 철조망 속에 갇혀 있다. 막사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초계 지역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문암은 자연암석이기는 하지만 허씨 남매들에 의해 문화사적의 ‘유산’ 가치를 발휘하게 된 것인데 이를 오늘에 어찌 알게 해야 하는 것인가.

경포대 일대를 난설헌과 교산의 신선도 경관에만 할애할 수는 물론 없다. 더구나 작년에 강릉시는 경사를 만나지 않았는가. 강릉단오축제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을 계기로 하여 경포대 일대 1백10만평에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지역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단오전승타운’과 함께 역사문화보존지역, 생태보전지역 등을 갖춘 ‘단오문화벨트’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화와 다양성이 더욱 요청된다. 민속축제(단오제)와 함께 선교장(향토문화)-오죽헌(유교문화)이 융화되고 여기에 신선도경관(애일당의 복원 및 교문암의 ‘천연 보호구역’ 지정)이 함께 살아 숨쉬는 경포대를 위하여….

〈박태순/소설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4231713511&code=210000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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